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굶는 것이라는 분들, 저도 그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고 아침을 통째로 끊으셨을 때, 처음 한 달은 체중이 빠졌지만 두 달째부터 오히려 조금만 드셔도 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굶는 것이 정답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 |
| 지속 가능한 식단 관리 원칙 |
## 굶으면 왜 더 찌는가 — 긴축 모드와 기초대사량의 함정
일반적으로 덜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아버지가 1일 1식에 가까운 식단을 유지하셨을 때, 몸은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적응해 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초대사량(BMR) 저하 문제입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말하는데, 장기간 소식을 지속하면 이 수치 자체가 줄어듭니다.
몸이 긴축 모드에 들어가면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지방으로 저장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아버지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것 같다"고 하셨을 때, 그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과도한 열량 제한은 제지방량, 즉 근육과 내장 기관의 무게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운동에 대한 오해도 비슷합니다. 고강도 운동을 오래 할수록 지방이 잘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방 산화율은 오히려 저강도 유산소 운동에서 가장 높습니다. 여기서 지방 산화란 체내에 저장된 중성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고강도 운동은 그만큼 식욕도 끌어올리기 때문에,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걷기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실질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탄수화물을 끊으면 될까 — 인슐린 저항성과 식단 설계
아버지가 당뇨 전 단계를 받으셨을 때 주변에서 "탄수화물을 아예 끊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맞는 말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치의는 정반대의 접근을 권유했습니다. 탄수화물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탄수화물을 먹느냐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이는 것보다 정제 탄수화물을 복합 탄수화물로 대체하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아져 당뇨로 이어집니다. 흰쌀밥이나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지수가 높아 인슐린 저항성을 빠르게 악화시키지만, 현미나 잡곡밥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춥니다.
저탄고지 식단, 즉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방식은 단기 체중 감량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하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고지혈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이며, 식단 구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식단 설계의 기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줄여야 할 것: 흰쌀밥, 밀가루, 설탕 등 정제 탄수화물
- 적정량 유지: 현미·잡곡밥 기준 한 끼 주먹 한 개 분량, 저혈당지수 과일(사과, 키위, 귤 등)
- 충분히 채울 것: 기름기 없는 단백질(수육, 생선구이), 채소(손 전체 크기 분량)
탄수화물을 끊겠다는 결심보다, 무엇으로 바꿀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 천천히 먹는 것이 왜 효과적인가 — 포만 신호와 식사 습관 재설계
아버지가 식습관을 바꾸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20분 동안 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고 하셨습니다. 빨리 먹는 습관이 수십 년에 걸쳐 몸에 밴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자 "같은 양을 먹어도 배가 더 부르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건 단순한 기분이 아닙니다.
식사 후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식사 시작 후 약 15~20분이 지나야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렙틴이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즉, 빠르게 먹으면 렙틴 신호가 도달하기 전에 이미 과식을 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천천히 씹는 것만으로도 이 시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씹는 동작 자체도 중요합니다. 뇌는 저작 운동, 즉 음식을 씹는 행위를 통해 "지금 먹고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받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오래 씹은 쪽이 포만감을 더 일찍, 더 강하게 느낍니다. '살도일람 식사법'처럼 밥과 반찬을 번갈아 가며 천천히 먹는 방식은 이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입니다.
혼자 식사하기를 권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함께하는 식사가 과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맞지만, 현실에서 모든 끼니를 혼자 먹기란 어렵습니다. 오히려 함께 먹더라도 천천히 먹는 리듬을 유지하고, 먹는 속도를 의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반년이 지났을 때 아버지의 체중은 6킬로그램 줄었고,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굶지 않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억지로 끊지도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쌀의 종류, 먹는 속도, 그리고 식사에 쏟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그것이 바로 "오래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라고 답하겠습니다. 극단적인 방법을 쫓기보다, 오늘 밥 한 숟갈을 더 천천히 씹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적합한 식단은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식이 요법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96iUVoiYH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