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이미지
 손이 떨리는 게 그냥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큰아버지의 오른손이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살짝 흔들리는 걸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나이 드셨으니까" 하고 넘겼습니다. 그게 파킨슨병의 첫 신호였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치매보다 흔하지 않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 수는 최근 7년간 36%나 늘었습니다. ## 도파민 감소와 운동 증상, 무엇이 몸을 멈추게 하는가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도파민성 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여기서 흑질이란 뇌 중앙 깊숙이 위치한 부위로, 운동 회로를 조율하는 도파민을 주로 생산하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이곳이 망가지면 몸에 내리는 명령 신호 자체가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도파민(dopamine)은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여기서 신경전달물질이란 뇌의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되는 화학적 메신저를 의미합니다. 이 물질이 줄어들면 운동 회로뿐 아니라 감정 조절과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큰아버지의 경우, 처음엔 오른손 떨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니 증상이 단순히 손 떨림이 아니었습니다. 걸을 때 팔을 거의 안 흔드시고, 걸음 폭이 점점 좁아지고, 얼굴 표정이 무표정하게 굳어 가더니 글씨까지 작아졌습니다. 이것이 파킨슨병의 대표 운동 증상인 서동증(bradykinesia)과 경직(rigidity)이 동시에 나타나는 패턴이었습니다. 서동증이란 동작 전반이 느려지고 움직임의 시작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파킨슨병이 무서운 건 운동 증상 외에도 비운동 증상이 먼저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브레악(Braak) 병리 단계에 따르면, 후각 저하와 변비는 운동 증상보다 수년 앞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큰아버지도 진단 몇 년 전부터 냄새를 잘 못 맡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당시엔 아무도 ...

난청과 치매

이미지
 귀가 잘 안 들리는 게 치매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셨다면,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버지 난청이 심해지셨을 때 그냥 '나이 드셨으니까' 하고 넘겼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청력이 떨어지는 순간, 뇌도 함께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는 걸. ## 청력이 떨어지면 뇌에 무슨 일이 생기나 아버지가 68세 즈음부터 TV 볼륨을 점점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끼리 밥 먹다 대화할 때도 "뭐라고?" 소리가 늘었고요. 처음엔 단순히 불편한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상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청력이 저하되면 뇌는 소리를 해석하는 데 훨씬 많은 자원을 투입합니다. 이걸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고 합니다. 여기서 인지 부하란, 뇌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쏟아붓는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합니다. 즉, 원래라면 기억이나 판단, 집중력에 분산돼야 할 뇌의 에너지가 '소리 듣기'에만 집중되면서 나머지 기능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 이를 처리하는 측두엽(temporal lobe)의 신경 활동이 감소합니다. 측두엽이란 귀에서 들어온 소리를 언어와 기억으로 변환하는 뇌의 핵심 영역입니다. 이 영역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지 못하면 뇌 위축이 가속화되고, 인지 기능 전반이 흔들리게 됩니다. 여기에 사회적 고립까지 더해집니다. 대화가 어려워지면 사람을 피하게 되고, 외로움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Lancet Commission이 2020년에 발표한 치매 예방 보고서에서는 난청을 중년기 치매의 가장 큰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출처: Lancet Commission on Dementia](https://www.thelancet.com/commissions/dementia2020)).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난청 환자에게서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수치도 종종 ...

투석 혈관로

이미지
 작은아버지가 투석 혈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처음 받았을 때, 저는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단순히 혈관 하나가 막혔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투석 자체를 못 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12년 동안 직접 곁에서 지켜보며 투석 혈관로가 왜 생명줄이라 불리는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 동정맥루 수술, 왜 꼭 새 혈관을 만들어야 할까 혈액 투석을 처음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이 있습니다. 바로 기존 혈관으로는 투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투석 시 사용하는 바늘 굵기가 직경 2.5mm에 달하고, 한 번 투석할 때 분당 200~400mL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정맥으로는 버텨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정맥루 형성술(AVF, Arteriovenous Fistula)이라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동정맥루란 동맥과 정맥을 직접 연결해 정맥에 동맥 수준의 혈류가 흐르도록 만드는 수술적 통로를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맥이 두꺼워지고 혈류량이 늘어나 투석에 충분한 혈관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작은아버지도 처음에는 이 자가 동정맥루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혈관이 워낙 가늘고 깊어서 성숙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직접 병원에서 들었는데, 자가 혈관 동정맥루의 1차 성숙 실패율이 최대 50%까지 보고된다고 합니다.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술이 성공해도 혈관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3개월 만에 자가 혈관 방식을 포기하고, 인조혈관 이식(AVG, Arteriovenous Graft)으로 전환하셨습니다. 여기서 인조혈관 이식이란 합성 소재로 만든 관을 동맥과 정맥 사이에 연결해 투석 통로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자가 혈관보다 성숙 실패 위험이 거의 없고 3~4주 안에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염이나 혈전증 위험은 더 높은 편입니다. ## 혈전증과 협착, 혈관로가 막히면 어떤...

대장 용종

이미지
 대장암의 약 90%는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아버지의 검진 결과지를 들고 병원을 나오던 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8mm짜리 선종이 세 개. 그날 이후 저희 가족은 꽤 많은 것을 바꿨고, 2년 뒤 재검사에서 용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 용종 원인, 생활습관이 얼마나 직접적인가 선종성 용종(adenomatous polyp)이란 대장 점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혹처럼 돌출된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대장암이 되기 전 단계의 씨앗입니다. 용종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데 보통 3년에서 10년이 걸리는데, 바꿔 말하면 그 사이에 발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생활습관을 돌아보면, 솔직히 용종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25년 흡연에, 치킨과 피자 같은 배달음식을 거의 매일 드셨고, 아침은 거르고 저녁에 몰아서 드시는 패턴이 고착돼 있었습니다. 운동은 거의 전무했고, 내장지방이 상당했습니다. 내장지방이 대장암과 연결되는 경로는 이렇습니다. 내장지방이 축적되면 인터루킨-6(IL-6),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됩니다. 여기서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신호 물질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상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교란해 암 발생 환경을 만듭니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대장암 발병 위험이 최대 3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https://www.ncc.re.kr)). 흡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대장 점막에 직접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역학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의 영향은 폐암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결장암 발병률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아버지처럼 하루 두세 개비라도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야식 문제도 제가 직접 챙겨드리면서 더 와닿았습니다. 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은 이른 아침이고, 밤에는 대장의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 상...